서울역사박물관, 청계천의 따뜻한 이웃 故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 1주기… 청계천박물관 추모전 개최

서울 / 김예빈 기자 / 2026-06-12 10: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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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컬렉션’(사진·일기·스크랩북 등)의 깊이 있는 조사 분석으로 사라진 서울의 마지막 기록 소개
▲ 2026년 상반기 기획전시 '청계천의 별이 된 노무라 모토유키' 포스터

[파이낸셜경제=김예빈 기자] 서울역사박물관 분관 청계천박물관은 2026년 상반기 기획전시 《청계천의 별이 된 노무라 모토유키》를 6월 13일부터 10월 11일까지 청계천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고(故)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는 목사이자 사회운동가로, 1968년 한국에 첫 방문한 이후 1973년부터 1985년까지 약 50여 차례 일본과 한국을 왕래하며 청계천 이웃들의 삶을 보살폈다.

이번 전시는 그의 1주기를 맞아 마련한 추모 특별전으로, 청계천박물관의 대표자료인 ‘노무라 컬렉션’을 깊이 있게 조사 분석하여 선보이는 자리이다. 전시는 '노무라의 선택', '삶의 터전 청계천', '청계천 사람들', '연대(連帶), 함께한 시간들', '끝나지 않은 이야기, 다시 만난 청계천'으로 구성되어 있다.

1970년대 서울은 역사상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경험하던 시기였다. 6·25전쟁이후 청계천변에는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이농민들과 월남한 전쟁 피난민들이 하나 둘 판잣집을 지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판자촌이 형성됐다.

1958년 시내 중심부인 광교에서부터 시작된 청계천 복개공사로 판자촌은 점점 밀려나갔고, 노무라가 활동하던 1970년대 중·후반에는 사진 속 주요 무대인 송정동 74번지를 포함하여 답십리, 사근동 등 청계천 하류에 판자촌이 늘어서게 됐다. 노무라의 사진 속에는 청계천 판자촌이 철거되기 직전의 모습과 진행 과정 등도 찍혀 있어 ‘사라진 서울의 마지막 기록’으로 남게 됐다.

“사진 찍는 것이 취미였던 저는 무아지경에 빠져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청계천 사람들의 진실한 모습에 제 혼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 고(故)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 -

청계천 판자촌은 사라졌지만, 그곳 사람들의 삶은 사진 속에 남아있다. 노무라의 사진에는 특별한 연출도 거창한 장면도 없다. 좁은 판자촌 골목의 생활, 물을 길어 나르던 주민들, 작은 연탄 화덕과 부엌에서 밥을 짓는 모습, 고물 수집과 재활용을 위한 노동, 맨발이나 고무신을 신고 뛰어노는 아이들, 교회 공동체 생활 등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이 사진들은 가난을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과 존엄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이었다. 노무라가 남긴 사진들은 한 시대의 도시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소중한 역사 기록이 됐다.

이번 전시에는 노무라 일기(총 19권) 해제를 통해, 청계천 판자촌 철거 이후 사정과 노무라가 구상한‘남양만 이주계획’을 함께 소개한다. 청계천 판자촌 철거가 진행되면서 많은 주민들이 갈 곳을 잃게 됐다. 이들에게는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정착지가 필요했고 노무라는 남양만(현재의 화성·평택 일대 간척지)으로 집단 이주시키는 방안을 구상했다. 이 구상은 당시 도시 빈민 문제를 ‘철거와 분산’이 아닌 ‘공동체적 대안 정착’으로 해결하려 한 중요한 시도였다.

당시 남양만 간척지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넓은 땅이 있었고, 농업이나 공동체 생활을 통해 자립 가능한 마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주민들이 함께 땅을 일구고 집을 짓는 공동체적 정착촌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토지 확보 문제, 행정 절차, 재정 문제 등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계획은 온전히 실현되지는 못했다.

노무라의 삶은 청계천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도시 빈민이 살던 청계천에서 시작해 일제강점기 비극이 남아있는 제암리, 그리고 강촌 등 다양한 현장을 찾았고 그 발걸음은 언제나 고통받는 이들을 향했다.

일본대사관 앞에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자 그는 청춘을 짓밟힌 할머니들께 용서를 구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하며 한·일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매년 푸르메재단을 찾아 장애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로했고, 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으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도 힘을 보탰다. 평생 박애정신을 실천한 노무라는 2013년 서울시 명예시민에 선정됐고, 2015년 처음으로 제정된 제1회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의 주인공이 됐다.

1985년 이후 끊어진 한국과의 인연은 청계천을 통해 다시 이어졌다. 2006년 청계천복원사업이 종료됐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접한 그는 청계천 빈민 구호 활동 당시 촬영한 사진과 자료들을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고, 청계천박물관은 노무라의 일본 자택을 방문하여 관련 자료들을 수증(受贈)했다. 청계천박물관의 ‘노무라 컬렉션’은 사진, 스크랩북, 지도 등을 포함하여 약 3,800여 점 규모이다.

그는 자신의 사진이 개인 기록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남겨야 할 공공의 기록이며, 청계천 사람들의 삶이 잊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청계천 주민들의 삶, 철거 과정, 공동체 이야기를 증언하는 이 자료들은 서울 도시사와 빈민운동의 중요한 아카이브로 평가되고 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청계천 판자촌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의 깊고 고귀한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점차 잊혀 가는 청계천 판자촌 시대가 그로 인해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과 토·일·공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공휴일과 겹칠 때는 정상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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