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이름을 묻다 / 장정순 시인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종일 엄마 뒤를 따라다니며
이게 뭐야 저게 뭐야 묻듯이
말을 잊은 지 오래된 여자가
종일 이산 저산 뛰어다니며
이꽃 저꽃의 이름을 묻는다
사는 게 꽃 피는 일같아서
죽는 게 꽃 지는 일같아서
꽃도 모르는 이름을 꽃에게 묻는다
4월의 바람은 꽃 볼을 희롱하고
구름은 이따금 어둠을 드리우는데
오늘 만난 너에게 또 이름을 묻는다
장정순 시인은 중앙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수료했다.
2017년 《우리시》 '삭' 외 4편으로 신인상 등단했으며 우리시진흥회 정회원, 홍보부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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