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띄우는 편지 / 하루애 박정숙 시인

오피니언 / 조기홍 기자 / 2016-11-16 07: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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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띄우는 편지

까막눈이 부끄럽다며
달력을 찢어 손수 만드신 공책과
몽땅 연필을 준비하여 내놓으시던 어머니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연지곤지 찍으면 뭐하냐고
돈 아껴서 살아야 한다는 민낯의 어머니

밭두렁에서 호미질하며
농사짓느라 손톱 밑과 잔주름에
먹물 같은 검은 물이 새까맣게 물들어
손 내밀기가 부끄럽다 하셨던 어머니

엄마, 내 어머니는
배고픔을 참기위해 허기진 배를
수십 년 동안 견디며 살았어도
새끼들 배곯던 시절을 떠올리며
잘 먹어야 한다,
그래야 안 아프다 하시던 어머니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이렇게 아쉬워하며 아파하지는 않겠지요.

가시고기처럼
살점을 떼이는 듯했을 고통과
아픔을 숨긴 채 새끼를 위해 살아 온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이
내 심장에 지금도 변함없이 남아 있어요.

오십 번째 생일을 맞이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엄마,
내 어머니가 그리워 하늘로 편지를 띄웁니다.

 


박정숙 시인은 한국다선문인협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문인협회, (사)창작문학예술인협회, (사)한국문인협회 고양시지부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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