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동남경찰서 목천북면파출소 한은석 순경)
경찰차를 타고 순찰을 돌고 있는 경찰관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어제 가정폭력으로 경찰관과 상담을 했는데 아빠가 오늘 또 폭언과 물병을 들고 얼굴에 들이밀며 욕을 하였고 또 소주병을 들려다가 내려놓고 다시 물병을 들고 폭언을 하였습니다.
주소는 천안시 어디입니다”라는 문자였다. 혹시 모를 일에 신고자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현장에 출동하였다.
현장은 컨테이너로 된 허름한 집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와 무슨 일이냐며 경찰관에게 묻자 함께 나온 겁을 먹은 아들이 “제가 경찰에 신고를 했어요...”고 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욕을 하기 시작하였다.
일단 둘을 분리하여 애기를 들어보았다. 아버지는 자신은 일용직근로자로 계모 그리고 아들과 함께 산다고 하였다. 평소에 말을 듣지 않아 훈육을 한 것이라며 저렇게 신고하는 놈은 필요 없다며 데려가라며 화를 냈다.
아동학대를 받은 아이의 애기를 들어보니 아버지는 매번 자신에게 위협을 하고 계모는 빨래와 청소를 시켜 도맡아 하고 있다고 하였다. 하루하루가 괴롭고 빨리 집을 떠나고 싶다며 울먹였다.
아이를 파출소로 데려와 구체적인 애기를 들으니 친아버지와 계모 밑에서 신체적 학대는 받지 않았지만 정신적 학대와 방임으로 지쳐있었고 두 누나들도 학대를 견디지 못해 집을 나와 살고 있다고 하였다.
누나 곁으로 가고 싶었지만 두 누나도 힘들게 살고 있어서 같이 지내기도 힘들다고 하였다. 경찰서 직원과 상담사 직원이 와 아이를 보호시설로 데려갔고 사건은 현재 조사 중이다.
관내에 가정학대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번사건은 더욱 측은하였다. 특히 집을 떠나고 싶다고 한 아이의 말과 자식을 내놓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경험상 가정폭력은 부모의 교육수준과 생활수준이 낮을 때 자주 발생한다.
특히 생활수준이 낮은 편부나 편모로 이루어진 가정은 아동학대의 빈도가 높았다. 단순히 부모와 자녀 사이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가족관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경우 가정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혼부부, 편부모, 계모 등과 사는 부모들은 반드시 강제적인 교육이수가 필요하다. 아동학대가 범죄라는 것과 아이들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을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진행되고 있는 학대를 조기에 방지하기 위해 아이들이 시간을 많이 보내는 학교에서 정성어린 보살핌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와 협업하는 경찰관들의 사랑과 관심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번 아이들이 상처받는 마음은 치유되기 힘들다. 사랑과 관심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게 할 수 있는 필수적인 자양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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