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 현상 / 장정순 시인
마른 갈바람 사이로
삭정이가 그물처럼 얽히고
그 끝에는 나뭇잎이
여린 숨을 뱉어내고 있어요
사실 나뭇가지는 내 망막에 있는
실핏줄의 착시 현상인지도 모르죠
나뭇잎은 퍼렇던 내 눈물이
실핏줄 끝에 말라 붙은 거겠죠
가을이 노랗거나 붉게 보이는 것도
열병으로 들떴던 여름이 흘린
땀방울의 착시 현상일지 몰라요
빨간 사과엔 정말 빨간 색만 있을까요?
우리는 매일 다른 세상을 살면서도
같은 세상에 산다고 생각해요
흘러간 것과 다가온 것이
같을 수야 있으려구요
이 모든 게 착시 현상이라니요
장정순 시인은 중앙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수료했으며
국어 강사를 거쳐 현재 한국번역가협회 번역강의 우리말 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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