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경제=전병길 기자]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멀쩡히 영업 중인 대형마트가 갑자기 '돈이 부족해질 위기'에 처했다며 법원의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업회생, 왜 신청했을까?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빚을 제때 갚을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투자자들이 돈을 회수하거나 높은 이자를 요구하게 됩니다. 홈플러스는 3년간 1000억~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조 원 수준까지 늘어난 빚 때문에 지난달 말 신용등급이 떨어졌습니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이 1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자금 압박을 미리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홈플러스 측은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금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며 “이번 회생절차 신청이 사전예방적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홈플러스, 정말 망하는 걸까?
홈플러스는 당장 망할 위기는 아니지만, 앞으로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판단하여 예방 차원에서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더라도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채널 등 모든 영업을 전과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협력업체 거래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현재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고객들은 안심하고 홈플러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지금까지 한 번도 채무불이행을 한 적이 없고, 현재 정상적으로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회생절차 개시 명령이 바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위기, 왜 찾아왔을까?
홈플러스가 겪는 어려움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입니다. 온라인 쇼핑 확산, 지속적인 내수 침체,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온라인 쇼핑이 확산하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테무,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또한, 고물가와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내수 침체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도 오프라인 유통기업에는 악재입니다. 대형마트 등 부동산 자산을 많이 가진 기업들은 돈이 부족할 때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자산 매각이 어려워졌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기업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법원은 홈플러스에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준 사람들에게 채무 독촉을 중단하도록 요청하고, 빚을 줄여주는 등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줍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지만, 홈플러스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할 경우 훨씬 더 큰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 측은 “금융비용 경감 시 조기 안정을 기대”하며, “매출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루어지는 유통업 특성상 한 두 달 동안에만 약 1000억원의 잉여현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부동산 자산을 4조 7천억 원 넘게 보유하고 있어 회생계획이 확정되면 금융채권자들과의 조정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비자와 협력업체들의 혼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소식에 소비자들은 상품권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제휴사였던 CJ푸드빌(빕스·뚜레쥬르·더플레이스), 신라면세점, CGV, 앰배서더 호텔, HDC아이파크몰 등에서 홈플러스 상품권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른 제휴사들에서도 홈플러스 상품권을 계속 받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휴사들이 상품권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상품권 사용액을 홈플러스로부터 돌려받지 못하거나 늦게 받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홈플러스 측은 “소비자들이 상품권 환불을 요구하면 모두 응할 것”이라며 “제휴 상품권은 일반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돼 100% 돌려받을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LG전자,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농심, 롯데웰푸드, 동서식품 등 납품 업체들이 물건 납품을 중단했다가 홈플러스 측과 협의 끝에 금세 재개하기도 했습니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과연 홈플러스가 재기에 성공하고, 국내 유통업계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파이낸셜경제 / 전병길 기자 goinfo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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