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다문화가족 지원정책, 생활 속 변화를 이끌다

경남 / 김예빈 기자 / 2025-12-03 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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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이전 후 변화... 정착지원의 문이 넓어지다
▲ 2025년 해피스쿨 야학당 종강식

[파이낸셜경제=김예빈 기자] 행정안전부 ‘2024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밀양에는 결혼이민자 350명, 귀화자 421명 등 총 771명의 다문화 구성원이 거주하고 있다.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밀양에서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족은 이제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지역 시민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정착 과정에서 언어·관계·양육 등 다양한 어려움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밀양시는 정착 초기부터 자립과 공동체 참여까지 이어지는 생활 밀착형 지원체계를 구축하며 ‘정착을 돕는 도시’로의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 이전한 가족센터, 정착지원의 중심이 되다

지난해 12월 26일, 밀양시가족센터는 가곡동 상상어울림센터(가곡6길 8) 3층으로 이전해 상담·교육·공동체 프로그램을 한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이전 이후 방문자와 프로그램 참여가 크게 늘었고, 한국어 교실 참여자는 2024년 61명에서 올해 118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 A씨(32)는 “센터가 가까워져 오기 편해졌고, 상담과 한국어 수업을 한 번에 받을 수 있어 부담이 줄었다”라며 “처음엔 병원도 혼자 못 갔는데 지금은 통역 도움을 받으며 한국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정착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공간 접근성이 곧 서비스 접근성”이라며 “센터 이전 이후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아졌다”라고 전했다.

△ 언어·관계·자녀·취업까지 이어지는 정착 지원

밀양시의 다문화가족 지원체계는 언어–관계–자녀–취업–위기 지원으로 이어지는 생활 기반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가장 수요가 많은 한국어 교실은 생활 회화를 비롯해 병원·학교·행정기관 등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 표현 중심으로 운영된다.

특히 ‘해피스쿨 야학당’은 2023년 문해·기초학습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2024년 경상남도 가족센터 우수사업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수준별 한국어 교실, 한국 문화 체험, 고충 상담 등 야간 시간대에 운영돼 경제활동으로 주간 참여가 어려운 합법 체류 외국인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40명 내외가 참여했고,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96점으로 매우 높다.

결혼이민자 통·번역 서비스 지원도 연간 1,500건 가까이 이용될 만큼 수요가 크다.

학교 상담 동행, 병원 진료 통역 등은 일상생활에서 언어로 인한 불안감을 낮추고 언어 장벽을 해소하며, 초기 정착 단계의 불안감을 크게 줄여주는 핵심 서비스다.

정착의 또 다른 관문인 가족관계 지원도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

성평등 인식 교육, 부부 대화법, 가족문화 이해 교육 등이 운영되며 “언어보다 관계가 더 어렵다”라는 결혼이민자들의 고민을 완화하고 있다.

다문화가족 자녀 지원도 강화됐다.

밀양시는 교육활동비와 기초학습 지원을 통해 학습 격차를 줄이고 있으며, 올해 초등 40만원, 중등 50만원, 고등 60만원 등 총 168명에게 교육활동비를 지원했다.

또한 미취학·초등학생 56명에게 기초학습지원을 제공하고, 방문교육지도사가 가정을 방문해 한국어·기초학습·양육 정보를 안내하며 부모의 양육 부담도 덜고 있다.

영유아기부터 두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는 이중언어 지원도 자녀 정체성과 부모–자녀 간 유대감 형성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경제적 자립을 위한 취업 지원도 확대됐다.

센터는 △직업소양교육 △자격증 과정 △지역기업 연계를 통해 올해 38명이 지역 내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편 주거·양육·경제적 어려움 등 위기 상황에 놓인 가정에는 사례관리 기반의 취약위기가족 지원체계가 즉각 개입해 심리지원, 복지서비스 연계, 긴급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 정착 이후의 삶까지 보듬는 고향방문 지원

올해 밀양시는 정착 초기 이민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생활 중인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고향방문 지원사업’을 새롭게 추진했다.

이 사업은 모국 방문이 쉽지 않은 결혼이민자에게 가족과 함께 고향을 찾을 기회를 제공해 정서적 안정을 돕고, 현지 생활·문화 체험을 통해 가족 내 상호이해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올해는 8세대가 선정돼 가구당 최대 200만 원(왕복 항공료 등)을 받았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B씨는 “그동안 쌓였던 그리움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라며 “돌아온 뒤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고 일상에도 여유가 생겼다”라고 전했다.

△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 ‘12월 10일 한마당 축제’ 기대감

정착지원이 생활 안정을 위한 기반이라면, 지역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돕는 활동은 밀양시 다문화정책의 또 다른 축이다.

대표적인 사업은 ‘찾아가는 다문화이해교육’이다.

결혼이민자가 직접 학교·기관·지역 행사에서 문화 이해 강사로 활동하며, 지원받는 존재에서 ‘기여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올해는 2명의 강사가 20곳을 방문해 364명의 학생·주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지역사회 상호이해를 넓혔다.

오는 10일에는 ‘2025년 가족 한마당축제–행복 나눔 송년회’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다문화가족이 한 해를 돌아보고 서로를 격려하는 화합의 자리로 마련되며, 정착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결혼이민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공동체 안에서 지지와 위로를 나누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밀양시 관계자는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족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도시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된 과제”라며 “밀양시는 앞으로도 교육·취업·정서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확장해 다문화가족이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시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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